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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자의 요가이야기19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작성자
이도경
등록일
2013-06-07
조회수
1340
첨부파일
오피니언특별기고
[곽미자의 요가이야기(19)]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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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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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미자 춘해보건대 교수·요가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라자요가 명상가인 켄 오도널의 강의를 들으면서 새삼 떠오른 칼릴 지브란의 시이다. 켄 오도널은 강의에서 왕관처럼 보이는 붉은 그림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었으나 좀 더 거리를 두고 볼 때 그 왕관은 다름 아닌 수탉의 벼슬이었다. 다시 화면으로부터 거리를 두니, 수탉이 있는 농장인 듯 싶었으나, 조금 더 거리를 두니, 농장이 아니라 농장처럼 생긴 장난감 모형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고, 다시 거리를 두니 그 모습은 수영장에서 책을 읽고 있는 소년의 책 표지 그림이다. 이처럼 점점 거리를 둘수록 마음은 처음 보았던 수탉의 벼슬에서 보다 시야가 넓어져 있었다.

어떤 대상과 거리가 있는 만큼 공간이 있다. 마음의 공간도 그러하다. 만약 어떤 것을 집착하게 된다면, 집착의 대상과 자신의 거리는 좁을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보는 것이 한정된다. 요가에서도 거리를 두되, 그 거리만큼 생기는 공간은 다름 아닌 사랑이며, 여유며, 틈이라는 것을 안내하는 명상이 있다.

어떤 힘든 대상이나 상황이 있다면 그것을 전시회의 그림을 보듯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보는 명상이다. 그러면 그 그림과 자신 사이에 생긴 거리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으로 인해 마음이 고요해지게 한다. 뒤로 물러날수록 그 상황은 자신의 시야에서 조그마할 것이고 그만큼 거리와 공간은 넓어진다. 이는 무관심과 완전히 다른 맥락이다. 무관심은 거리는 멀되 사랑이 없지만, 이 방법은 거리가 먼만큼 채워지는 여유로 인한 사랑이 있다.

혹시 가까운 곳에 볼펜이 있다면, 볼펜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보라. 실제로 발걸음을 뒤로 하여 볼 수도 있으나, 더 섬세하다면 몸은 그대로 두되, 의식의 눈으로 볼펜과 자신 사이의 거리를 넓혀 볼 수 있다. 처음엔 이 방법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의식의 거리와 공간을 넓혀줄 단어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이’‘저’라는 관형사이다. 볼펜 앞에 ‘이’ 와 ‘저’를 붙여 ‘이 볼펜’ ‘저 볼펜’이라고 마음속으로 말해보라. 그러면 분명 ‘이 볼펜’이든 ‘저 볼펜’이든 물리적 거리는 같으나, 의식의 거리는 ‘저 볼펜’이라고 할 때 커질 것이다. 그리하여 그 거리만큼 여유가 생겨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해질 때 우리는 사물을 혹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칼릴 지브란의 시를 요가의 관점에서 쓴다면 이러하리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사랑이 그 사이에서 춤추게 되리라.’

곽미자 춘해보건대 교수·요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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